대게의 경우 대지의 형태가 집의 형태를 만든다. 이 집도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지가 밖으로 갈수록 아주 작은 각도로 벌어지는 형태였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각도였지만, 초기 계획 내내 속쓰릴 정도의 괴로움을 안겨주는 각도였다. 결과적으로 거주목적의 실을 위쪽에 배치하고, 모임과 휴식의 공간인 거실과 주방/식당을 아래쪽에 배치하여 두 개의 매스가 대지의 각도에 기대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한 형태로 귀결되었다.
두 매스의 중간 공간을 통로와 계단으로 배치를 하고, 현관에서 거실과 계단실로 이르는 사선에 빛이 따라가도록 디자인 되었다. 공간의 배치가 다 이루어 진 다음부터는 크게 걸릴 것이 없었지만, 저에너지주택이 목표로 하는 단순한 형태에서 많이 벗어나 있기에 목표성능을 맞추기 위해 창의 크기와 형태를 섬세히 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외부 주차장을 거친 콘크리트 그대로 두어 하얀 집과 극적 대비를 이루어 내려 하였으나, 너무나 거친 마감으로 인해 거부감이 커 마감을 한 것이 아쉬웠다. 일부러 거칠게 하는 것도 깊은 연륜이 필요함을 느낀다. 언제 그 경지에 갈지....